수목원이사장 에세이언론이 본 나남 조상호

한국 사회에 뿌린 ‘지식의 밀알’ 어느새 2,500권
매체명 : 중앙일보   게재일 : 2009-11-03   조회수 : 5598

중앙일보 | 2009. 11. 3.

 

한국 사회에 뿌린 ‘지식의 밀알’ 어느새 2,500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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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남출판 30돌 

《언론 의병장의 꿈》 낸 조상호 대표

 

 

1979년 5월, 당시 수출입은행을 다니던 ‘잘 나가던’ 샐러리맨이 출판사를 차렸다. 안정적인 직장을 때려 치워가며 글쟁이 뒷바라지를 하게 된 결심도 놀랍지만, 그가 3년 전 국책은행에 공채 1기로 취직한 게 더 놀라운 일이었는지 모른다.

고려대 운동권 지하신문 ‘한맥’의 기자 시절, 철거민의 참상을 그린 기사가 북한 노동신문에 인용되는 ‘대형사고’를 쳤던 그다. 넝마주이를 하며 도망살이를 하다가 넉살 좋게 기원을 찾아가 자장면을 걸고 내기바둑을 두기도 했다. 결국 강제입대, 휴전선 소총수로 70년대의 최전방에 섰던 그. ‘롤러코스터’ 같은 그의 인생이 30년 전에 내린 결단은 지금까지 한국 사회에 2,500권이 넘는 ‘지식의 밀알’을 뿌렸다.

그는 나남출판 조상호(59ㆍ사진) 대표다. 출판사 창립 30년을 맞아 조 대표가 자신의 이야기,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엮은 책 《언론 의병장의 꿈》(나남, 444쪽, 2만 4,000원)을 펴냈다. 그의 삶의 이력과 인연이 촘촘하고 얽혀 있는 책이다.

책에 실린 지인들의 글에선 한국 지성사의 숨겨진 장면들이 생생하다. 조 대표가 강제 징집돼 강원도 최전방 산골짜기에서 처음 만났던 ‘오생근 병장’. 그 우연한 만남을 운명으로 만든 조 대표의 끈끈한 ‘사람 욕심’ 때문에 훗날 오생근 서울대 불문과 교수는 ‘나남 문학선’ 편집인을 맡는다. 매스미디어학 중심의 사회과학 출판사였던 나남이 탄탄한 문학 컬렉션을 이루게 된 한 계기이기도 하다.

글 | 배노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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