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남수목원의 심장부에는 나남책박물관이 자리잡았습니다.
수목원 조성을 시작할 때부터 꿈꿔온 책박물관은 세상의 지식을 기록하고 쌓아 온 지성의 숲이고, 나남수목원이라는 숲 속의 또 다른 숲입니다.
책들의 소리없는 아우성
나남책박물관에는 지식의 열풍지대에서 40년 가까이 꿈과 땀으로 일구었던 책들을 소리 없는 아우성처럼 담아두었습니다.
사회과학, 정치경제, 인문철학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나남의 책들은 천장까지 닿아있는 책장을 빼곡히 채웠습니다.
지성인 아카이브와 소장품
나남책박물관은 이 시대의 지성을 담아두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선후배들을 위한 ‘아카이브’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언론인이자 소설가인 김동익 선생님과 저명한 문학평론가 오생근 서울대 명예교수가 1, 2호로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지식인들이 사유(思惟)하고 지친 심신을 힐링하는 쉼터가 될 것입니다.
책들과 함께 봉황의 날갯짓으로 나남을 지켜 준 〈백제금동대향로〉 실물모형, 황지우 시인의 조각 〈멀어지는 다도해〉, 김선두 화백의 대작 〈서편제- 길의 노래〉, 허버트 박사의 1905년 저작인 The Passing of Korea 원본, 세상에서 가장 작은 책 등 소장품들도 책박물관에 새로운 자리를 찾았습니다.
〈백제금동대향로〉는 24년 동안 출판사 사무실에서 불 뿜는 용의 용틀임처럼, 봉래산 신선 같은 유유자적한 여유로 나남을 격려하고 지켜 준 수호천사였습니다.
나남수목원과 책 박물관의 웅비를 지켜 주고 화려한 비상을 꿈꾸는 저희를 격려해 주기를 기원하는 마음입니다.
숲 속에 살아 숨쉬는 책을 만나는 공간
누구나 그러하듯이 질풍노도의 삶을 살았다는 궤적을 남기고 싶은 욕망은 또 하나의 권력인지도 모릅니다.
그저 언론 출판의 일업일생이 남긴 흔적으로 보시고, 고요한 숲 속에 살아 숨쉬는 책들을 만나 보시길 바랍니다.
출판저널리즘의 기록들을 보면서 현대사의 굽이굽이를 책을 통해서 정의가 승리하는 ‘역사의 신’이 존재함을 느끼는 공간이 될 것입니다.
마지막 광복군인 김준엽 선생의 《장정》이나 조지훈 선생의 《지조론》을 통해서는 비겁하게 살지 말자는 교훈을 얻기를 바랍니다.
할아버지와 손자가 함께 공유하는 현장에서 책 이야기를 통해 좋은 전통이 계승되는 기회도 될 것입니다.
욕망의 전차에 어지러울 만큼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수목원의 숲 향기가 가득한 책 박물관에서의 의도된 한가로움을 누리라고 권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