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원이사장 에세이언론이 본 나남 조상호

아웃사이더, 그 화려한 창조적 소수
매체명 : 책과 인생   게재일 : 1998-01-02   조회수 : 9776

책과 인생 | 1998. 1. 2.

 

아웃사이더, 그 화려한 창조적 소수

 

 

아웃사이더가 있다. 오늘의 불합리한 사회체제를 합리적으로 극복하여 오늘을 바탕으로 환골탈태한, 한 걸음 더 나아간 세상을 꿈꾸고 실천하며 사는 사람. 그리고 진정한 아웃사이더로서 오늘과 내일을 조화하며 내일을 위한 반석을 오늘에서 구하려는 대부분의 사람들을 가리킨다.

어떤 학자는 그들을 ‘창조적 소수’라고도 명명했다. 그리고 이 ‘창조적 소수’는 역사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실천한다. 자기 일을 열심히 누릴 뿐 남들의 질시에도 아랑곳하지 않으며 또 남들에게 자기 뜻을 내세우지도 않고 이해해 주지 않는다고 미워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출판계에서 여기의 범주에 속하는 곳을 꼽으라면 우리는 서슴없이 나남출판을 꼽는다.

출판을 알고, 제대로 하는, 그리고 스스로가 매우 열심히 공부하는 보기 드문 출판인인 조상호 대표. 그는 왜 많은 직업 중에 출판을 직업으로 선택했는가 늘 자문하는 출판장이다.

“왜 모든 책임만 있는 대로 떠맡고 온통 고통의 축제를 도맡아야 하는 출판장이가 되었을까 생각합니다. 좋은 책을 출판 못 하는 책임, 잘 팔리는 책을 출판 못 하는 책임, 원고료 인세를 많이 드리지 못하는 책임, 항상 가난한 책임…남들은 그러지 않고도 잘들 살아가는데, 출판질하는 내가 뭐기에 시대의 소금이 될 것 같은 착각으로 일류 저자들과 시대의 아픔을 교감하는지…. 허나 후회는 절대로 안 합니다.”
 
나남출판은 지난 1979년 출판사를 등록, 1980년 4월 버트런드 러셀의 《희망의 철학》을 번역, ‘나남신서’의 첫선을 보인 이후 1981년부터 매스커뮤니케이션 분야에 관심을 돌려 한국언론학 연구를 주도해 왔다.

때문에 지금까지 나남출판에서 출간된 매스컴총서의 경향을 살펴보면, 한국언론학의 발자취를 한눈에 알 수 있다. 초기에는 외국이론을 소개하는 개론의 범주를 맴돌다가 최근에는 커뮤니케이션 전반에 걸친 사회과학적 이론과 연구방법에까지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단순한 외국의 언론학 연구 방법론의 소개에서 탈피해 우리 실정에 맞는 이론잣대로 한국언론의 현실을 분석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비판적 시각의 대두도 주목할 만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또 언론현장에 참가했거나 현직에 종사하고 있는 언론인들의 체험적 저술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도 최근의 특징이다. 〈동아일보〉 편집국장을 지낸 김중배 씨의 사회비평집 《하늘이여 땅이여 사람이여》를 비롯해, 《민주주의란 무엇인가》(박권상) 언론현장에서 발로 뛰며 집필한 생생한 메시지들이 담겨 있다.

현재 ‘나남신서’ 중 커뮤니케이션 관련서는 5백여 권. 따라서 언론학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단적으로 드러내 주는 말로 “나남에서 책이 나와야 신방과에 커리큘럼이 생긴다”는 우스갯소리가 나돌 정도다. 그만큼 한 분야를 깊이 파고들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대학 때 제 전공이 법학입니다. 그래서 법학의 커리큘럼을 염두에 두고 우선 개론과 역사 등 총론에서 시작해 분야별 각론으로 세분화시켜 가는 전략을 세웠습니다. 이제는 언론학 분야는 웬만큼 커버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조상호 대표는 흔히들 출판사를 등록하는 일이 가장 쉬우며, 책의 기획 제작이 어려운 일이라 하나 책을 판매하는 일은 더욱 어려운 일이고, 더더욱 힘든 일은 출판사가 그 출판사로서 견디어 내는 일이라고 말한다.

‘문화와 경영’이라는 야누스의 두 얼굴을 한 가슴에 껴안고 가슴앓이하기가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니어서일 것이다. 출판이라는 문화속성과 출판사를 경영해 나가야 하는 이윤추구의 기업적 속성을 어떻게 상호보완시켜 나가느냐에 따라 좋은 책의 출판을 통해 문화창조의 일익을 담당해야 하는 출판문화의 본질을 수렴해 나갈 수가 있는 것이다.

“저도 고비가 있었습니다. 출판을 시작한 초창기에는 대학가에 이념의 열풍이 달아오르던 때라 우리 출판사에서도 이념서적을 낸 적이 있습니다. 학생운동 때부터 읽었던 미키 기요시의 《철학입문》이나 일본 좌파학자들의 책인 《경제학입문》 등을 번역한 것이지요. 그러나 ‘뭔가 이것만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어 방향을 바꾼 것입니다.”

조상호 대표의 출판화두는 뉴저널리즘으로서 출판의 언론적 기능을 정립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같은 특수한 언론적 상황에서 출판의 몫은 자못 크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 사회에 언론의 자유가 존재하느냐고 먼저 묻는다. 언론의 자유는 언론기업의 이윤추구의 자유로 변질되었다. 때문에 그는 출판의 언론화가 유일한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출판인은 언론인이다. 그리고 조 대표는 그래야만 한다고 강조한다. 출판은 언론과 달리 보통사람의 접근을 가능케 해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출판의 언론화에 의해 언론의 자유는 더욱 폭넓게 개방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것은 결국 언론인들의 자율성을 확보하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언론이 일반적 기능밖에 하지 못할 때 그 공백을 출판인으로서 당연히 메워야 함과, 그렇지 못할 때의 부끄러움, 그리고 시대적 역사적 관심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이 조 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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