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원이사장 에세이언론이 본 나남 조상호

사회과학書 집념의 발행
매체명 : 조선일보   게재일 : 1989-05-26   조회수 : 8597

조선일보 | 1989. 5. 26.


사회과학書 집념의 발행

 

 

사회과학서 집념의 발행 《인물 한국언론사》 또 펴내

커뮤니케이션 서적만 3백여 권

"나남에서 책이 나와야 신방과에 커리큘럼 생긴다" 소문 나돌 정도

 

출판계 인사들로부터 “좋게 말하면 대담하고, 나쁘게 말하면 무모하다”는 평을 듣고 있는 나남출판 조상호 대표. 최근 정진석 교수의 《인물 한국언론사》를 냄으로써 언론학 분야를 중심으로 한 사회과학 총서 출판에서는 거의 기적 같은 400종을 발행한 그에게 이제 ‘집념이 강하다’는 평가가 하나 더 주어져야 할 것 같다.

“원래 꿈이 언론 분야에서 종사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대학 시절 학생운동으로 제적당한 경력 때문에 뜻대로 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출판에 뛰어든 후 ‘내가 만든 책을 읽은 사람들이 기자가 된다면 간접적으로라도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어 언론학 분야에 집중적인 관심을 쏟게 된 것입니다.”

이념의 시대가 막 시작되던 1980년 이극찬 전 연세대 교수가 번역한 버트런드 러셀의 《희망의 철학》을 신서 첫권으로 내면서 시작된 ‘나남신서’는 사회과학 분야의 스테디셀러를 대표하는 명칭이 됐다.

“저도 고비가 있었습니다. 출판을 시작한 초창기에는 대학가에 이념의 열풍이 달아오르던 때라 우리 출판사에서도 몇 가지 이념서적을 낸 적이 있습니다. 《경제학입문》이나 《철학입문》 등은 일본좌파 학자들의 책을 번역한 것이지요. 그러나 ‘뭔가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어 방향을 바꾼 것입니다.”

‘나남신서’ 중 커뮤니케이션 관련서만 3백여 권. 따라서 언론학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단적으로 드러내 주는 말로 “나남에서 책이 나와야 신방과에 커리큘럼이 생긴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그만큼 한 분야를 깊이 파고들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대학 때 제 전공이 법학입니다. 그래서 법학의 커리큘럼을 염두에 두고 우선 개론과 역사 등 총론에서 시작해 분야별 각론으로 세분화시켜 가는 전략을 세웠습니다. 이제는 언론학 분야는 웬만큼 커버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그리고 김중배 씨의 《하늘이여 땅이여 사람들이여》(25번), 이승만 박사의 《일본군국주의 실상》(33번), 김준엽 씨의 《장정》(34번), 차하순 씨의 《서양사학의 수용과 발전》(72번), 송호근 씨의 《지식사회학》(143번), 조용중 씨의 《미군정하의 한국정치현장》(171번) 등 지식인 사회에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다수의 책들도 신서에 포함돼 있다.

 

요즘 출판계가 불황이라 많은 출판사들이 힘들어하는데 나남출판의 경우는 어떠냐는 질문에 "우리 책들은 시장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학술서가 주종이기 때문에 출판계가 호황일 때는 배가 아프고 불황일 때는 표정관리라도 해야할 지경"이라며 웃었다.

 

글 | 이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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