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원이사장 에세이언론이 본 나남 조상호

나는 아무 부러울 것 없는 출판敎 신자
매체명 : 출판저널   게재일 : 1994-03-20   조회수 : 9067

출판저널 | 1994. 3. 20.

 

나는 아무 부러울 것 없는 출판敎 신자

 

 

“나는 요즘 아무 부러운 것이 없어요.” 

 

조 사장의 일성이다. 작년 《김약국의 딸들》로 돈을 많이 벌어서가 결코 아니다. 물론 빚을 갚을 수 있어 좋았고 특별보너스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돈은 앞으로 2, 3년 출판에 쏟아붓고 나면 가랑잎 바스러지듯 흔적조차 없어지고 말 것이다. 그러나 “부러울 것 없다”는 말의 더 큰 비중은 오랫동안 그를 짓누르던 콤플렉스 하나를 없앤 점이다. “봐라, 출판으로 돈 벌기로 작정하면 나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그런 출판은 안 한다”는.
 
돌산을 일구듯 돈 한 푼 안 되는 불모지의 전문출판을 해오면서 가끔 독사 머리처럼 고개를 쳐들던 유혹, 종이에 글자를 ‘찍는’ 일로 손쉽게 큰돈을 만지고 떵떵거리던 동료 출판인을 보며 느꼈던 순간의 묘한 열등감이 그 ‘희한한’ 베스트셀러 한 권을 만들어냄으로써 일시에 해소된 것이다. 그가 해왔던 그간의 일들이 매우 소중하고 옳은 일임을 역으로 확인시켜줬다고나 할까.

그는 출판인으로서의 ‘프로페셔널리즘’을 이렇게 요약한다. 첫째, 전문분야를 가져야 하고, 둘째, 학적(아카데미즘) 배경이 있어야 하며, 셋째, 출판인으로서의 윤리를 지녀야 한다는 것. 그중 세 번째 것은 좀 포괄적으로 적용된다. 가령 출판인들이 스스로의 위상을 높이는 문제도 그 하나인데, “책 하나 준다”는 식으로 거드름 떠는 교수는 문전박대한다. 그래서 “건방지다”는 얘기도 적잖게 듣지만 그 결과 나남과 저ㆍ역자 사이에 구축된 것이 ‘동등한 파트너십’. 그것은 학문과 출판이 함께 발전하는 전제이며, 사회적 지위가 상대적으로 낮은 출판인들의 위상을 높이는 전제다. 그만큼 그는 출판‘교’의 맹신자다.

 

글 | 정혜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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