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원이사장 에세이언론이 본 나남 조상호

"제도권 바깥의 '언론 의병장' 役 최선 다했죠"
매체명 : 한국일보   게재일 : 2009-10-28   조회수 : 5450

한국일보 | 2009. 10. 28.

 

"제도권 바깥의 '언론 의병장' 役 최선 다했죠"

 

 

"저의 어렸을 적 꿈이 신문사 사장이었는데, 그 꿈을 이루지는 못했네요. 그러나 언론 의병장으로서의 삶에 대만족입니다."


조상호(59) 나남출판 대표는 한국 출판사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그는 1979년 5월 나남출판을 설립해 시장에서 외면받아온 학술 도서를 다수 출간했고, 정기간행물 <사회비평> <언론과 사회>를 발간했다. 또 시인이자 국학자인 조지훈(1920~1968) 선생의 이름을 딴 지훈상을 운영하고 있다.

그가 최근 나남출판 창립 30주년을 기념해 자전 에세이 《언론 의병장의 꿈》을 냈다. 그는 출판 인생에 대해 "시대에 떠밀려 온 것"이라며 겸손해하면서도 "백척간두(百尺竿頭)에서 진일보하는 걸음을 걸으려 애써 왔다"고 자부심을 보였다.

1970년대 언론인을 꿈꾸며 상경한 조 대표는 고려대 법학과에 다니던 시절 학생운동에 뛰어들었다가 제적됐다. 그는 이후 사상과 자유가 편견 없이 오갈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출판사를 택했고 나와 남이 어울려 산다는 의미에서 나남이라는 출판사 이름을 내걸었다.

지난 30년간 그의 꿈은 언론이 제대로 하지 못하는 기능을 제도권 밖에서 해내는 것이었다. 책 제목이 《언론 의병장의 꿈》인 것도 그 때문이다.

그가 말하는 의병장은 익명의 민중이나 의병의 우두머리가 아니다. 당당하게 현실을 이겨내 역사의 좌표를 공론장에 제시하는 창조적 소수의 지식인을 그는 의병장이라고 정의한다.

"관존민비(官尊民卑)의 악습을 깨려면 민에 무게를 실어 균형을 잡아야 합니다. 출판이 지금에야 직업이 됐지만 그때는 민(民)이었지요. 나 같은 출판쟁이가 이제껏 살아남았으니 지금 출판의 사회적 지위가 그때보다 높아진 거겠죠."


그의 의지는 책으로 고스란히 남았다. 1980년 버트런드 러셀의 《희망의 철학》(이극찬 역)부터 현재까지 1,450권이 나온 나남신서 시리즈는 제목에만도 한국 사회과학의 역사가 담겨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언론의 사명은 의제설정입니다. 방향을 잡아주는 겁니다. 출판도 사회 변화의 방향,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 어딘가를 알아야 합니다."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사람에게도 나남은 아주 익숙하다. 1980년대 국내 출판사가 거의 관심을 두지 않던 언론학과 커뮤니케이션 분야 책을 앞장서서 출간했던 것도 조 대표였기 때문이다.

나남에서는 인문과학ㆍ문학 서적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주요 도서 목록에는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의 《성의 역사》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전 21권) 등이 있다.

그는 1994년 출간한 《조지훈 전집》을 가장 기억에 남는 출판물로 꼽았다. 그는 "출판사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자 평소 존경하던 조지훈 선생님의 전집에 도전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2001년에는 지훈상도 제정해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나남출판의 미래에 대해 그는 "앞으로 나남출판의 유능한 인재가 나남출판을 이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 | 이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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