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원이사장 에세이언론이 본 나남 조상호

아름다운 사람들과 함께 한 출판 4반세기
매체명 : 고대투데이   게재일 : 2004-10-01   조회수 : 1292

고대투데이 | 계간 2004년 가을호

 

아름다운 사람들과 함께 한 출판 4반세기

 

 

[지금 이 사람] 사회과학 분야의 거대한 산맥, ‘나남출판’ 조상호 (법학 70)


‘사회과학 분야의 거대한 산맥’으로 일컬어지는 나남출판이 창립 25주년을 맞아 《아름다운 사람들과 함께 한 나남출판 4반세기》라는 제목의 단행본을 펴냈다. 25년의 세월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이 책에는 나남이 자식처럼 만들어낸 2천100여 권에 이르는 책과 책을 만드는 데 함께 한 사람들의 땀 냄새였다.


서초동에서 옮겨와 파주 출판단지에 둥지를 튼 것도 최근의 일이다. 새로 지은 출판사 사옥은 겉으로 보기에 참 예쁜 건물인데, 그래서 그런지 주인은 연신 집 자랑이다. 


나남의 조상호 대표. 그는 사상과 자유가 편견이 없이 교통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을 꿈꾸었다고 한다. 고려대 법대를 다니면서 지하신문을 만들다가 제적당한 경험이 있는 터였다. 그 결과물로 탄생한 것이 1979년 고대 교우회관에서 시작한 ‘나와 남이 어울려 사는 우리’를 뜻하는 ‘나남’이라는 이름의 출판사다.


그에게 출판의 길은 곧 언론의 길이다. 20대에 사상의 자유로 심한 몸살을 앓은 후에 그는 대안을 택했다. 물이 흐를 때 돌에 부딪히면 돌아가고 웅덩이를 만나면 잠시 쉬어가며 결국엔 목적지에 이르고 마는….


“언론의 길을 걷고 싶었다. 그 길이 막혔을 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출판의 길은 그렇게 걷게 된 것이다.”


사회과학이라는 불모지의 땅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그에게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그간의 세월을 그는 ‘백척간두’라고 말한다. 백척간두에서 진일보하는 마음으로 일구어 온 세월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출판인을 꿈꾸는 이가 있다면 우선은 하지 말라고 하고 싶은 게 그의 솔직한 심정이다. 출판을 단지 도망치는 곳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다른 좋은 것을 두고도 정말 출판이 좋다면 하라는 것이다. 이곳이야말로 최일류들이 모여 창조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의 25년 출판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지훈 선생이다. 고등학교 시절 강연차 내려온 지훈 선생의 강연을 먼발치에서 듣고 스스로 스승으로 삼았다고 한다. 그와 고려대와의 인연은 이때부터 시작된 것이다. 대학 시절 장학금으로 되돌려 받은 등록금의 1/4을 조지훈 전집을 사는 데 쓴 것부터, 사옥의 이름뿐 아니라 아들의 이름도 스승의 이름을 빌려 ‘지훈’이라 지은 것까지 그의 지훈 사랑은 특별하다. 2001년에는 ‘지훈상’을 제정, 올해까지 4회 수상자가 탄생했다.


에베레스트산이 높은 것은 히말라야 산맥이 있기 때문이라며, 자신이 이만큼 올라올 수 있었던 것은 고려대라는 산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조상호 사장. 오늘의 자신이 있기까지는 대학 시절 풍부한 독서와 작문 그리고 그만큼의 고민 덕분인데 바로 그 토양이 고대였다는 것이다.


“넓게 읽고, 쓰고 또 고민하라. 그것이 여러분의 토양이 되어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분야의 최고인 사람의 자서전을 꼭 읽어보기 바란다. 분명히 여러분이 찾고 있는 답이 그곳에 있을 것이다.” 


그가 조지훈 선생의 전집을 구해 읽어 길을 찾았듯 후배들 또한 길을 찾을 수 있기를 바라는 그의 마음이 느껴진다.


글 | 이유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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