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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휴가는 ‘캠핑’
작성일 : 11.07.15   조회수 : 2030

5인의 기자들이 말하는 달콤쌉싸름한 캠프의 추억
복고풍 ‘오토캠핑’ 인기

 
트렁크에 ‘또 하나의 집’ 싣고 자연속으로 GOGO~

#기억 하나, 보이스카우트
밤 10시. 부스럭 부스럭. 옆에 있던 녀석이 침묵을 깬다. 우르르 모두 일어나 램프 아래 모여 생라면을 깼다. 선생님 오시기 전에 해치워야 한다. “이 녀석들!” 불호령이 떨어졌지만, 이내 “얼른 자라” 하고 멀찌감치 떠나는 음성. 그냥 잘 수 있나. 생라면을 씹으며 오고 간 이야기들. 아직도 생생하다. 뭐, 뻔하지. 좋아하는 걸스카우트원 이름 대기. 고백 퍼레이드가 펼쳐졌었다. (백00 기자, 경제부)

#기억 둘, 그들은 밤새 무얼 했을까?
20대에 혼자 떠난 배낭여행. 유스호스텔에서 만난 외국인 친구들과 호주 사막으로 향했다. 텐트도 없다. 모닥불과 침낭뿐. 남자 멤버가 적어서 그랬던지, 내 눈엔 그저그랬던 한 캐나다 남정네의 인기가 대단했는데…. 모두가 잠들 때까지 모닥불 옆에서 기타를 쳐주더니, 12시가 넘자 만난지 하루 된 이스라엘 여자애와 눈이 맞아 침낭 ‘하나만’ 들고 어딘가로 사라졌다. 이것이 문화 충격? 다음날부터 그들과 눈도 마주치지 못했던 기억. (박00 기자, 문화부)

#기억 셋, 빗소리 들으며 아내와 커피 한잔
아이들과 함께 할 시간 없는 샐러리맨. 그저 ‘놀아주자’는 일념으로 시작한 캠프에 아내가 더 푹 빠졌다. 그 날은 한탄강 오토 캠핑장. 하루 종일 신나서 이 텐트, 저 텐트 가서 인사하고 처음 보는 가족들한테 먹을 것도 얻어오던 아이들. 지쳤는지 세상 모르고 잠들었는데, 갑자기 비가 온다. 요즘 캠핑장은 배수시설도 아주 훌륭하다. 종일 아이들 뒤를 쫓느라 피곤할 아내를 위해 드립커피를 내린다. 이런 시간 얼마만인지. 커피향도 유난했던 밤. (박00 기자, 사진부)

#기억 넷, 이탈리아 마조레 호수에서 삼겹살을
우리 부부는 결혼하자마자 자발적 백수가 됐다. 인생 뭐 있어, 젊고 기운 있을 때 노는 거지. 무작정 유럽으로 떠났다. 벌써 7~8년 전인데 가는 곳마다 발달한 캠핑문화에 놀랐던 기억. 하루는 이탈리아 마조레 호수 근처에 캐러밴을 빌려 묵었다. 한국음식이 너무 먹고 싶어서 근처 마트를 이 잡듯이 뒤져 삼겹살처럼 보이는 돼지고기를 사 구워 먹었다. 역시, 한국인은 야외에선 삼겹살을 먹어 줘야 한다. 소주가 몹시 아쉬웠던 날. (박00 기자, 편집부)

#기억 다섯, 수락산에 영원히 묻힐 뻔 했지
아무데서나 취사가 가능했던 그 시절. 아시안게임 화려했던 86년, 수락산 계곡 근처에 텐트를 쳤더랬다. 그런데 이게 웬걸. 낮에 발 씻고 놀던 개울이 밤새 내린 비로 급류로 변했다. 텐트 친 곳이 고립된 섬이 돼가고 있었다. 마침 지나던 베테랑 등산꾼들 덕에 로프에 기대어 탈출, 목숨을 건졌다. 왜 그랬는지, 이듬해엔 영월 청룡포 모래섬에 텐트를 쳤다. 또 한번 세상 하직할뻔…지금 두 곳 다 야영금지라지? (김00 기자, 문화부)
언제부터 ‘휴가=해외여행’ 이 되었을까. 최근 동남아 패키지에 질리고, 도시생활에 염증을 느낀 수많은 ‘캠퍼’ 들이 80~90년대 초반의 여름휴가 스타일로 다시 복귀하고 있다. 해외여행이 많지 않던 그 시절엔 텐트를 들고 산이나 계곡을 다니는 일이 당연시 되었다. 요즘엔 대부분 자가용이 있어 더욱 쉽다. 트렁크에 ‘또 하나의 집’을 싣고. 이른바 오토캠핑이다.

오토캠핑은 2차대전 이후 유럽에서부터 시작됐는데, 일반적으로 캠핑카나 트레일러를 이용, 텐트를 싣고 다니며 야영을 한다. 그러나 외국처럼 트레일러에 수도시설까지 연결 가능한 캠핑장은 국내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 그래서 국내에서는 일반 차량으로 이동하고, 정해진 장소에 텐트를 설치해 야영을 즐기는 것이 오토캠핑으로 인식된다.

아웃도어 열풍으로 10여년 전부터 전국 곳곳에 오토캠핑장이 속속 들어섰다. 전기 이용은 물론이고 샤워시설, 개수대, 화장실 등이 ‘쓸만하게’ 갖춰져 있다. 주변 배수시설도 아주 좋다. 비 온다고 텐트 걷고, 풀내음 가득한 산 정취를 포기할 필요도 없다. 그저, 사람과 자연을 즐기기만 하면 된다.

캠핑 장비 역시 다양해졌다. 장작불에 고구마, 감자 굽던 시절 분위기도 낼 수 있는 초간단 화롯대, 멋들어진 테이블, 햇살이 머물다 가는 타프(천막), 기능과 스타일 모두 살리는 의류 등 캠핑의 묘미를 더욱 높여줄 수많은 아이템들이 눈 닿는 곳마다 포진했다. 당신의 지갑이 열리길 기다리며.

 

 

[2011-06-30 헤럴드 경제] 박동미 기자@Michan0821   /pdm@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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